비의추억 ~ 1
비 엄청 맞은날
오늘 아침 장마 빗줄기답게 굵고 세차게도
대지에 마구잡이 쏟아 낸다.
쏴아아 하는 소리를 내며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니
시원하게도 뿌려댄다.
굵은 빗줄기 쳐다보니
저멀리 비맞으며 걷는 행인 하나 눈에 띈다
그 모습 보니 내모습 보는것 같아
살포시 미소가 그려진다.
어렸을때부터 비 맞는것을 좋아했다.
옷이 젖어 어머니에 혼나기는 했지만
빗속을 걷다보면 여러가지 상념이
씻겨내려 가는 듯 했고,
몸이 차가워 지는 촉감을 즐겼다
성격이 활동적이지 못했고
내성적이기에 마음속에 가둬 둔
미련덩어리가 많았던가 ...
그래서 비가주는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일 잊지 못할 기억
하나 떠 오른다.
이세상 태어나서
비를 가장 많이 맞은날이기도 하다
후-후-후
이 생각하면 가장 아픈날이기에
담배 한대 물어야 한다.
담배연기 허공에 날리며 휴-우-우
그날 참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그비속을 맞으며 마냥 걸었다
한스러워, 넘 불쌍해서 ㅎㅎ
어머니 암투병시때 일이다.
1차 치료 후 병세가 많이 호전되어
집에 계실때 갑자기 통증이 심해져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통증이 더욱 심해져 안절부절 하던때
와이프는 둘째출산 수술을 위해
매트로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갑자기 전날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님은 시골에 내려가시고
어쩔수 없이 휴가를 내 혼자서 큰아들,
어머니를 보살피며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와이프가 출산하는 그날
통증을 호소하는 어머니를 진통제를 드리고
곤히 주무시는 모습을 뒤로 한 체
큰아들을 친구집에 맡겨 놓고
병원에 가서 수술 후 둘째(석현)이 나오는 것 만 보고
서을 고대 구로병원에 검사결과를 보러 갔다.
이날 장대비가
결과를 미리 해주었나보다.
의사말이 암이 재발하였다 하며
3개월정도 밖에 못 사신다는 말을 듣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병원밖으로 나오니
장대비가 나를 마구 때린다. 쏴아쏴아
이놈아 !
여태 엄니도 못 챙기고
이게 뭐냐고 ...
첨 암 발병도 충격이었는데
치료결과가 좋아 한동안은
괜찮을 줄 알았다가
또 한번 쇠망치로 두둘겨 맞은 기분이다.
울 엄니 3개월이면 하늘나라로 보내야한단다
예약된 손님처럼 ...
우짜노 우째 ...
울엄니 삼형제 키우느라
고생만 고생만 했는데 ...
호강 한번 못했는데 ...
우짜노 우째 ...
울엄니
넘 불쌍해서
어떻게 보내노 ...
다리에 힘 풀린체 털레털레
내리는 다 비를 맞으며 병원밖 담벼락을 돌았다.
한심한 놈
엄니 간다는데
할 수 있는게 없다 ...
무능력이 주는 외로움
허전한, 무력함 ...
참 세차게도 내린다
그래 내가 다 맞을테니
울 엄니 좀 살려주라 ...
살려달라고 ...
하느님. 부처님
울 엄니 살려달라고
기도하는거 외에는 ...
미친듯이 천천히 걸었다.
몇바퀴를 몇시간을 돌았는지 모른다.
"미친 세상이야,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네가 전생에 무슨 큰죄를 지었길래
이런 고통을 주시냐고,
우리 엄니 불쌍해서 어떻하냐"고 반문하며,
한편으로는
눈에선 굵은 눈물이
줄줄 마구 흘러내렸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른다.
아무생각이 없었다
마냥 흘러내린다
나의 눈물이 ...
세찬 빗줄기처럼 ...
그러나 할수있는건
마냥 비 맞으며 걷는거외에는
아무것도 ...
그리고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
눈물만이 내 심정을 알려나 ...
길 잃은 바보가 되었다
갈곳을 잃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씩 정신이 들어온다
돌아오는게 괴로운데 ...
집에가서 어머니에게 가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수술하고 입원해 있는 와이프와
갓 태어난 둘째아들,
친구집에 맡겨진 큰아들
막상 어느 곳으로 가고픈 곳이 없다
이대로 멀리 어디론가
다 잊어버리고
떠나고 싶은 심정 뿐이다.
빗줄기는 마음을 씻어내고
몸을 차가워 지면서
조그만 이성을 붙잡으려 노력했다.
다꺼진 불을 살리려듯이 ...
옷은 다 젖었고 미친놈 모습을 하고
겨우 전철에 몸을 실었다.
주위에서 미친놈 취급했을게야 !
전철안 한구석에 서서
옷에서 떨어지는 빗물
바닥이 흥건하다
눈치 볼 겨를이 있던가 ...
전철에서 내려 발걸음은 ...
그래 엄니에게 가야지
얼마 못 볼 울엄니
손 한번 더잡아드려야지 ...
내가 맏이거던
중심 잡아야지
다덜 나만 바라보고 있거던 ...
그리고 가는 그날까지
울 엄니 옆을 지켜야지
지켜드려야지 하면서 ...
집에와 어머니에게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를 하고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또 울었다
마니마니 울었다 ...
빗물, 눈물 쪽 다 뺀날이다 ...
지금도 그날 일을 돌이켜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장마비가 오면
제일 먼저 그때 일이 떠오른다.
그날 참 비가 엄청 왔었어 ...
그리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울엄니 사별예고 받고 집에,
처는 병원 입원실에
큰아들은 친구집에
둘째아들은 신생아실에
(태어난 날 축하도 못해주고)
아버지는 작은아버지 돌아가셔서 시골에
온 가족이 흩어진 날 ...
참 기가막힌 날 ...
울엄니 품에 안겨 울다가 잠든날 ...
이날이 이랬다 ...
엄니는 내 소원을 들어주었는지 미국에서 들여온 신약(탁솔)으로
치료후 호전되어 둘째아들 결혼하고 손녀도보고 그날로부터14개월을 더 사셨다
15년전에 써놓았던글이다
이번에 찾아 추억록으로 다시 살린다
나의 소중한 기억이기에 ...
'만산 쉼터 > 나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핏줄 (0) | 2011.11.22 |
---|---|
이대로 살까 (0) | 2011.11.19 |
기분좋은 날 ... (0) | 2011.11.05 |
늦여름날의 정취 (0) | 2011.09.07 |
교육을 마치고 ~~ (0) | 2011.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