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마종기
가벼워진다
바람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이곳에
열매들이 무겁게 무겁게
제 무게대로 엉겨서 땅에 떨어진다
오, 이와도 같이
사랑도, 미움도, 인생도,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로인지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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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아 가거라
이슬에 젖는 네모습
아침햇살에
따스하게 빛나는 네모습
찬란하고 이쁘다
떨구어도 아름다운 네모습
새겨둔 네모습만 간직하련다
가을아 가거라
2014 . 11 . 13 용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