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마을에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나는 문뜩
외딴마을에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 지어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2014 . 9. 25 두물머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