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야 / 이경림
너 지금 사랑하고 있구나
쪽쪽 살빠지는 소리 들으며 진땀나게 그리워하고 있구나
이 엄동에 청청하게 고통 거느리고 지지푸르게 신음하고 있구나
가지에 새 한마리 앉아도 소스라치는구나
그래 그 마음 만져지는구나
이파리만 날카로워지는 날들 잔바람에도 하늘이 흔들리는 날들
자꾸 껍질만 키우며 거머죽죽 검버섯 만드는 날들
그래 아픈 몸에도 꺼칠하게 열매 달리고
그 열매 당차게 가지 끝에 붙어있구나
아아 하늘은 자꾸 네 모가지를 당기고
출출출 물소리 뿌리를 흔드는데
안절부절 그 사이에서 팔다리만 휘젓는 자작나무야
너 많이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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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찾아가는 길이 아늑하다
하얀눈 안은 큰나무 숲 사이에 눈길
푹푹 빠져들고 산골의 정취 그대로다
하루종일 걸으래도 걷고픈 그런길
아늑해서 좋고 정다워서 좋다
무엇이 그립고, 좋은지 ...
마냥걷고픈 길이다
2013 . 1 . 27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