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래 / 이해인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의미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조용히 서서 주위를 살펴보자
하늘, 구름, 바람, 꽃, 나무 이런 것들은
오직 이 순간 속에서만 볼수 있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것들 이기도 ...
어느덧 만추의 계절에 들어서니
무덥고, 장마, 태풍오가던 시절은
내길의 발자취로 남았다
다가선 가을아 ! 어떻게 친해지지
뒹굴고 구르다 보면 되려나 ...
2012 . 9 . 22 . 백운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