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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안개

만사니 2011. 11. 29. 20:04

 

 

 

  자욱한 안개

 

 

자욱한 안개다

  안개에 잠긴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보니

이런 운치 아늑하고 평안하다

무엇때문에 이럴까 ㅎ

 

간간히 오리가족  살콤이 머리내밀면

한폭의 풍경이 된다

보일믓 말듯 아련하게 퍼진 안개숲에서

잠시 그자체를 즐겨본다

 

 

안개 속에 숨다  /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2011. 11. 29 왕송저수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