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가는곳/왕송저수지

안개속에 숨다

만사니 2016. 3. 19. 12:01

  

 





 

 



 



 



 



 



 



 



 



 



 



 



 



 



 



 



 

 







안개속에 숨다  /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 한다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곁에 머무를 수는 없는것
시간이 지나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2016 . 02 . 12   왕송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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