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꽃 화음

꽃이 핍니다

만사니 2012. 6. 19. 16:59

 

 

 

 

 

 

 

 

 

 

 

 

 

 

 

 

 

 

 

 

 

 

 

 

 

 

 

 

 

 

 

 

 

 

 

 

 

 

 

 

 

 

꽃이 핍니다   /   서 지 월

 

 

 

우리가 아롱다롱 살아가면서  죄 짓고는 못 산다고 꽃이 핍니다

 

검은 마음 검은 꽃은 없어도 전생에 노랑저고리였던 개나리
다홍치마였던 진달래꽃에 이어  보랏빛 머리칼이었던 라일락에 이르기까지


산에서 들에서 골목에서 집안에서  피어나는 꽃, 꽃들

 

저대로는 참한 얼굴들 하고  가릴 것 없이 숨길 것 없이
부귀도 공명도 자존도 엄포도  버리고 버리고 버리고

 

너 나 할 것없이 복되게 살자고 햇빛하고 친구 되고 바람하고 친구 되어
맑은 향기로 술 담그며  푹 젖어옵니다 흐르는 구름 내버려두고
굽이치는 江물 내버려두고  죄짓고는 못 산다고 죄짓고는 못 산다고

과욕일랑 바다 멀리 밀어내어버리고  오직 한 마디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세요, 사랑해 주세요…….

열번을 속삭여도 침마르지 않는  꽃이 핍니다

 

2012 6. 19